김덕현 대륙 대표 “日서 배운 차단기, 日업체가 더 선호”
日수출 비중 80% 웃돌아 누적 수출액 1억달러 돌파
‘스마트 차단기’ 곧 출시
“30년 전 자체 개발한 차단기 다코(DACO)의 누적 수출액이 1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가운데 일본 수출 비중이 80%를 웃돈다는 겁니다. ”
김덕현 대륙 대표(64 · 사진)는 4일 “30년 전만 해도 일본 업체의 도움을 받아 밤낮으로 차단기 제조 기술을 익혔지만 지금은 그들이 먼저 협력 요청을 해온다”며 “올해 일본의 가와무라전기와 협력해 대일 수출 규모를 20% 정도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륙은 ‘두꺼비집’으로 널리 알려진 누전차단기에서부터 이동통신 중계기에 들어가는 회로보호용차단기(circuit protetor)에 이르기까지 지난 30여년 동안 차단기만 전문으로 생산해 온 기업이다. 특히 회로보호용차단기는 LS산전과 현대중공업을 따돌리고 내수시장에서 1위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 규모는 126억원.이 가운데 대부분이 일본의 후지전기와 가와무라전기에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납품하는 데서 나온다.
1978년 설립된 대륙은 그 전까지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차단기의 핵심 소재 ODP(Oil Dash Pot)를 국산화해 국내 대기업에 전량 납품하던 알짜기업이었다. 기존의 일본 제품과 비교해 75% 정도 싼 가격으로 공급한 덕분에 여기저기서 주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협력 관계를 맺고 있던 한 대기업이 자체 생산에 나서면서 김 대표는 완제품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차단기 제조업체인 일본 후지전지를 무작정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생산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차단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3년 만이었다. 그는 “일본 기업들에 통사정하면서 굴욕감을 느꼈던 때도 많았지만 그때 배운 까다로운 품질 관리 방식은 지금까지도 대륙의 경영 자산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생산된 차단기의 성능 시험 결과를 거래처에 실시간으로 보낼 만큼 품질 관리에 엄격하다.
일본 기업과 쌓아온 신뢰 관계는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쏟아내는 배경이 된다. 작년 가와무라전기와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폭이 10㎜인 슬림형 누전차단기와 회로보호용차단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품은 기존 차단기의 크기와 무게를 절반 이상 줄여 향후 시장 전망이 밝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대륙은 지난해 54만대였던 다코의 생산량을 올해 85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오는 9월엔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 차단기’를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 매출은 지난해보다 37% 늘어난 48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 대표는 “기존의 차단기가 과부하를 막는 기능만 했다면 이번에 출시할 신제품은 실시간으로 전력 소비량을 측정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기술의 일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 2011.05.04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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